영국 정부는 2026년 8월 20일 재생에너지 전력을 100시간 이상 연속으로 내보낼 수 있는 차세대 전지와 지하 수소저장 기술 개발에 총 2,800만 파운드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바람이 약하고 햇빛이 부족한 상태가 여러 날 이어질 때 저장한 에너지를 공급해 전력망의 가스발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지원사업은 영국연구혁신기구가 주관한다. 전기를 직접 저장하는 전기화학식 장치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한 수소를 지하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시스템이 개발 대상이다.
전지 분야 1단계 세부 공모는 8월 3일 시작됐다. 현재 조건이 공개된 공모는 최대 300만 파운드 규모의 사업개발·타당성 연구다. 전체 지원액 2,800만 파운드가 이번 한 차례 공모에서 모두 지급되는 구조는 아니다.
영국 정부는 전지 분야에서 2030년까지 실증시설을 최소 2곳 구축하고, 2035년에는 10억와트시급으로 보급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이미 확보된 시설이나 상용화 실적이 아니라 향후 기술개발과 실증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다.
하루 안의 변동을 넘어 여러 날의 발전 부족에 대비
전력저장은 발전량과 전력 사용량 사이의 시간 차이를 조정한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수요보다 많을 때 전기를 저장하고, 발전량이 줄거나 사용량이 늘면 다시 전력망에 공급한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대형 전지는 주로 하루 안에서 발생하는 발전량과 전력 수요의 차이를 조절한다.
이번 사업이 제시한 기준은 100시간 이상 연속 방전이다. 약 나흘 동안 영국 전체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개발 대상 저장장치가 정해진 출력으로 100시간 이상 전기를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기술 조건이다.
이러한 저장장치는 저녁 시간대의 수요 증가뿐 아니라 바람과 햇빛이 동시에 부족한 상태가 여러 날 이어지는 상황을 대비한다. 평소에는 장기간 충전 상태를 유지하다가 전력공급이 부족할 때 가동하는 전략예비력 역할도 개발 범위에 들어간다.
영국에너지연구센터는 2026년 6월 공개한 연구에서 장시간 전력저장이 남는 재생에너지를 흡수하고 풍력·태양광 발전량이 적을 때 전력을 공급해,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전력망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관련 문헌 1,500여 건을 수집해 500건 이상을 중점 검토했다. 전문가 100여 명이 참여한 25차례 논의와 전력계통 모형 분석도 진행했다. 기술 성숙도와 비용, 보급 확대 가능성, 영국 내 경쟁력, 2030~2035년 공급 가능성이 주요 평가 기준이었다.
연구 결과는 장시간 저장과 함께 필요할 때 가동할 수 있는 저탄소 발전원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장시간 저장만으로 모든 전력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보다 여러 저장수단과 조정 가능한 발전설비를 조합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지는 최소 25년 수명과 실증 부지까지 제시해야
영국혁신청이 진행하는 전지 분야 1단계 공모는 9월 30일 마감된다. 영국에 등록된 기업이 단독 또는 협력 방식으로 신청할 수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협력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단독으로 사업을 주관할 수 없다.
과제별 보조금 신청액은 35만~70만 파운드다. 사업 기간은 3~9개월이며, 선정 과제는 2027년 1월까지 시작해 같은 해 9월까지 마쳐야 한다. 사업 결과를 영국에서 활용하고 대부분의 지원금을 영국 안에서 지출하는 것도 조건이다.
지원 대상 기술은 100시간 이상 연속 방전하면서 최소 25년의 작동 수명을 갖춰야 한다. 신청 기업은 충전한 전력이 대기 중 자연적으로 줄어드는 정도, 충·방전 효율, 사용에 따른 성능 저하, 에너지 밀도, 안전성과 온실가스 배출 등을 평가해야 한다.
기술 성능만으로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실증시설을 설치할 구체적인 부지와 전력망 연결 방안, 인허가 절차, 환경·안전 검토, 설비 배치, 건설 일정, 제조공급망과 민간투자 계획도 제시해야 한다. 연구실에서 확인한 성능이 실제 시설의 건설과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함께 평가하는 구조다.
공모는 기술 성숙도에 따라 두 분야로 나뉜다. 상용화에 가까운 기술은 2030년까지 10만킬로와트시 이상의 전력망 연계 실증시설을 구축할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초기 단계 기술은 같은 시점까지 100킬로와트시 이상의 시험시설을 만들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1단계 지원은 실증시설 건설비가 아니라 사업개발과 타당성 검토 비용이다. 선정 기업은 기술평가, 기본설계, 비용과 확대 계획, 시장 분석, 사업 추진계획, 제조·공급망 계획을 작성한다. 이후 예정된 2단계 공모에서 실제 실증시설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지 분야에는 2030년 3월까지 1·2단계를 합쳐 최소 1,300만 파운드가 배정됐다. 이 가운데 현재 진행하는 1단계 공모에 최대 300만 파운드가 투입된다.
지하 수소저장 비용 절감액은 전망치
나머지 지원축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한 수소를 지하에 저장한 뒤 필요할 때 에너지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전지보다 에너지의 변환 단계가 많지만 대량의 에너지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어 계절 단위 저장수단으로 검토된다.
영국 정부는 지하 수소저장 시스템이 2035년부터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계통 비용을 140억~500억 파운드 줄일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실제 절감 실적이 아니라 저장기술이 충분히 보급된 상황을 전제로 한 분석 결과다.
실제 비용은 수소 생산과 저장·회수, 전력 재변환 과정의 효율과 시설 건설비에 따라 달라진다. 적합한 지질과 부지를 확보하고 저장시설의 기밀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수소를 다시 전기로 바꾸는 경우에는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도 경제성 평가에 포함해야 한다.
이번 발표에는 지하 수소저장 실증시설의 위치와 용량, 운영 개시 시점이 제시되지 않았다. 기술개발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지는 향후 공모 조건과 선정 결과, 부지·인허가 및 민간투자 계획이 공개된 뒤 확인할 수 있다.
8시간 이상 저장하는 대형 사업은 별도 지원
100시간 이상 저장하는 신규 기술개발과 별도로 영국 가스·전력시장 규제기관은 현재 이용할 수 있거나 상용화에 가까운 장시간 저장시설에 대한 투자지원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규제기관은 2026년 6월 양수발전, 압축공기 저장, 리튬이온전지와 바나듐 흐름전지 등 16개 사업을 1차 지원 검토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제도에서 장시간 저장시설은 8시간 이상 전기를 저장하고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두 사업은 저장시간과 지원 목적이 다르다. 정부의 2,800만 파운드 지원사업은 100시간 이상 방전하는 초기 기술을 연구하고 실증 단계로 발전시키는 정책이다. 규제기관이 검토하는 16개 사업은 8시간 이상 저장하는 대규모 시설의 투자 위험을 낮추는 제도다.
대형 사업에는 수입 상한·하한 방식이 적용된다. 사업자의 수입이 하한에 미치지 못하면 소비자가 차액을 부담해 최소 수입을 보장한다. 반대로 수입이 정해진 상한을 넘으면 초과분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 초기 투자비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긴 저장사업에 최소 수입을 제공하면서 과도한 수익은 제한하는 구조다.
영국에는 현재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의 양수발전소 4곳을 합쳐 280만킬로와트의 장시간 전력저장 설비가 있다. 규제기관이 검토하는 사업이 최종 지원 대상으로 확정되면 새로운 양수발전 시설과 전지·압축공기 저장시설에 대한 투자도 진행될 수 있다.
16개 사업에 관한 의견수렴은 8월 14일 종료됐으며 최종 선정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영국의 장시간 전력저장 정책은 초기 기술에 연구·실증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과 대형 시설의 투자수입을 보장하는 방식을 병행한다. 앞으로 확인할 핵심은 100시간 이상 방전하는 전지가 목표 수명과 비용을 충족하는지, 지하 수소저장의 에너지 손실과 안전관리 비용이 어느 수준인지, 공공 지원이 실제 실증시설과 상용사업으로 이어지는지다.
전기요금 인하와 가스발전 의존도 감소도 현재 달성된 성과가 아니다. 개발된 저장장치가 전력망에서 얼마나 자주 사용되는지, 남는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저장하는지, 건설·운영비와 소비자 부담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통해 향후 검증해야 한다.
출처
영국 정부, 「청정에너지를 더 오래 저장하고 가정의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신규 사업」(2026년 8월 20일)
영국혁신청, 「초장시간 전력저장 사업개발 연구 공모」(2026년 8월 3일)
영국에너지연구센터, 「장시간 전력저장과 저탄소 조정가능 발전 분석」(2026년 6월 26일)
영국 가스·전력시장 규제기관, 「장시간 저장사업 16건의 다음 단계 선정」(2026년 6월 26일)
영국 가스·전력시장 규제기관, 「장시간 전력저장 1차 사업 지원 예정 결정에 관한 의견수렴」(2026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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