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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

제품 속 과불화화합물, 재활용 단계에서 다시 환경 부담으로

유럽 유통량의 24~40%가 고분자 형태…섬유·조리도구·전자제품 등에 사용 폐기할 때 성분 추적과 분리 어려워 재활용을 막거나 새 제품으로 오염 옮길 수 있어 유럽의 포괄적 제한안은 확정 전…필수 용도와 대체 가능성에 따라 한시적 예외 검토

유럽환경청은 2026년 8월 22일 과불화화합물 고분자가 생산과 사용뿐 아니라 폐기와 재활용 과정에서도 환경과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 물질이 유럽 시장에서 유통되는 전체 과불화화합물 물량의 24~40%를 차지하지만, 제품을 버릴 때 함유 여부를 추적하거나 다른 소재와 분리하기 어려워 재활용의 장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불화화합물은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물질군이다. 유럽환경청에 따르면 이 물질군에는 1만 종이 넘는 개별 물질이 있으며, 작은 분자로 이뤄진 물질과 여러 분자가 반복적으로 결합한 고분자 형태로 나뉜다. 고분자는 분자 크기가 커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만큼 다른 형태보다 독성이 낮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유럽환경청은 완제품을 사용하는 순간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료 생산부터 제품 제조와 사용, 재활용, 매립·소각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살펴보면 공장 노동자와 주변 지역사회, 대기와 물,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서로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수 의류와 코팅 조리도구, 전자제품, 전지 등에 사용된 과불화화합물 고분자가 폐기 단계에서 다른 재활용 원료와 섞이는 과정.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방수 의류와 코팅 조리도구, 전자제품, 전지 등에 사용된 과불화화합물 고분자가 폐기 단계에서 다른 재활용 원료와 섞이는 과정.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방수와 내열 성능 때문에 생활용품부터 전지까지 사용

과불화화합물 고분자는 물과 기름을 밀어내고 마찰을 줄이며 열과 화학물질에 견디는 특성이 있다. 유럽환경청이 제시한 사용처에는 섬유, 눌어붙지 않는 조리도구, 전자제품, 가구가 포함된다. 산업 현장에서는 기계 부품과 필터, 윤활제, 밀봉재, 분리막 등에 사용된다.

연료전지, 리튬이온전지, 태양광 패널과 반도체에도 내구성과 성능을 높이기 위해 과불화화합물 고분자가 쓰인다. 일부 의료기기와 항공우주·방위산업처럼 성능 조건이 엄격한 분야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사용 여부만으로 모든 제품을 같은 수준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체 물질이 이미 있는 생활용품과 현재 적합한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필수 기술을 구분해야 한다. 유럽에서 진행 중인 규제 논의도 용도별 필요성, 대체 가능성, 전환에 필요한 기간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큰 분자 자체보다 제조 원료와 분해물질도 살펴야

고분자 형태가 세포에 잘 흡수되지 않는다고 해서 전체 생산 과정의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제조 과정에는 과불화화합물 원료와 중합 보조제 등이 사용되고 여러 부산물이 생성된다. 유럽환경청은 밀폐형 설비에서 생산하더라도 공장 노동자와 인근 토양·식수·식품이 오염된 사례가 유럽과 미국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고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작고 환경에 오래 남는 물질로 분해될 수 있다. 큰 분자 상태에서는 생물체에 잘 흡수되지 않더라도 물리적 마모와 풍화, 열처리 등을 거치면서 생물체가 흡수할 가능성이 더 큰 물질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물질이 얼마나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

기후와 오존층에 미치는 영향도 생산 단계에서 발생한다. 일부 불소계 고분자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 영향이 매우 큰 삼불화메탄과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는 염화디플루오로메탄이 원료 또는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다.

유럽환경청은 2018년 불소계 고분자의 한 종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배출된 삼불화메탄을 약 1,800톤으로 추정한 기존 연구를 인용했다. 삼불화메탄의 지구온난화 영향은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보다 1만2,400배 큰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생산시설에서 배출되는 불소계 온실가스를 직접 측정한 연구가 적어 실제 규모를 파악하려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성분 표시가 없으면 재활용 원료와 함께 섞여

폐기 단계의 문제는 과불화화합물 고분자가 매우 다양한 제품에 소량씩 들어간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제품을 수거한 뒤 어떤 부품이나 소재에 이 물질이 포함됐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별도로 분리해 처리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특정 제품처럼 독립적인 회수 체계가 마련된 경우를 제외하면 과불화화합물을 함유한 폐기물은 다른 폐기물과 섞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그대로 재활용하면 기존 제품에 들어 있던 물질이 새로운 제품군으로 옮겨갈 수 있다. 유럽환경청은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된 섬유를 재활용할 경우 원래 사용을 의도하지 않았던 제품에 해당 물질이 섞일 가능성을 사례로 들었다. 재활용을 계속하면 물질의 사용 기간과 노출 기간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오염을 피하기 위해 해당 소재를 재활용 대상에서 제외하면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하는 물량이 늘어난다. 과불화화합물이 자원순환을 방해하는 물질로 지목되는 이유다. 매립하면 침출수를 통해 물질이 빠져나올 수 있고, 소각하면 처리 온도와 조건에 따라 불소계 가스와 산 등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소각으로 이 물질을 완전히 분해할 수 있는지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유럽환경청이 검토한 연구들은 서로 다른 결과를 제시했다. 일반 폐기물 소각시설에 적용되는 온도보다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최적화된 소각 조건에서는 상당 부분 분해된다는 연구도 있었다. 유럽환경청은 실제 소각시설에서 어떤 물질이 얼마나 생성되는지 판단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유럽 제한안은 확정된 전면 금지와 달라

덴마크·독일·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의 규제 당국은 2023년 과불화화합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제한안을 유럽화학물질청에 제출했다. 개별 물질을 하나씩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유사한 대체 물질이 계속 등장하는 문제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제한안에는 고분자 형태도 포함됐다.

그러나 모든 과불화화합물의 사용이 유럽에서 곧바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화학물질청의 과학위원회는 건강·환경 위험과 사회경제적 영향을 나눠 평가했으며, 2026년 3월 유럽 차원의 제한 필요성을 지지하면서도 일부 용도에는 조건을 갖춘 한시적 예외가 필요하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최종 규제 내용은 과학위원회의 의견이 마무리된 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제한안을 마련하고 회원국이 논의하는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 대체재가 있는 용도와 당장 교체하기 어려운 의료·에너지·전자산업 용도를 어떻게 구분할지, 제품과 폐기물 단계에서 함유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지가 남은 쟁점이다.

이번 평가가 보여주는 핵심은 고분자의 독성 여부만이 아니다. 제품 성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한 물질이 폐기 단계에서 확인되지 않으면 재활용 원료의 관리가 어려워지고, 오염물질이 다음 제품으로 이동할 수 있다. 과불화화합물 규제는 물질 사용을 줄이는 문제와 함께 제품 정보, 분리배출, 재활용 공정과 최종 처리까지 연결해 다뤄야 한다.

출처

유럽환경청, 「과불화화합물 고분자가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2026년 8월 22일)
유럽환경청, 「과불화화합물 고분자 집중 분석: 유럽의 무오염·저탄소·순환경제 목표 지원」
유럽화학물질청, 「과불화화합물 제한과 용도별 한시적 예외에 대한 과학위원회 평가」(2026년 3월 26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화학물질 등록·평가·허가·제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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