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개선을 요구했던 재생에너지 계통 접속 제한과 송전망 건설 과정의 주민 수용성 문제가 올해 정부의 전력망 정책 개편에서 주요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9월 15일 '송전망 건설 수용성 제고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29일 '전력망 혁신대책'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국가기간 송전망 건설계획에서 신설 철탑을 최대 2,214기 줄이고, 기존 전력망의 활용도를 높여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계통 접속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송전설비 건설에 따른 지역 갈등을 완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송전선로가 완공되기 전에도 기존 전력망의 수용능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2026년 3월 발간한 '2025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와 접속제한 해소, 유연접속 확대, 미사용 전력망 용량의 회수·재분배, 송전망 주변지역 주민지원 강화 등이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으로 담겼다. 송전설비 입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간 형평성을 고려하고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올해 발표된 정부 대책은 이들 요구와 관련된 제도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와 연결된다.
전력망 확충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자뿐 아니라 송전선로 주변 주민과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시설이 완공되더라도 계통에 연결할 수 없으면 생산한 전기를 판매하기 어렵고,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역에서는 설비 입지와 보상 문제를 둘러싼 협의가 필요하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시설에는 필요한 시기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송전망과 변전설비가 확보돼야 한다. 정부가 송전망 건설 방식과 기존 전력망의 운영제도를 함께 개편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들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국회, 재생에너지 접속제한 해소와 송전망 주민지원 개선 요구
2025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서 국회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확대에 맞춰 전력계통 운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요 내용은 출력제어와 접속제한 해소, 유연접속 확대, 에너지저장장치(ESS) 활용, 석탄·가스발전소 최소발전용량 하향 조정 등이다. 신규 발전설비의 연결을 확대하는 것과 이미 연결된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수용하는 문제를 함께 다룬 것이다.
출력제어는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거나 계통 운영에 제약이 발생했을 때 발전설비의 출력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조치다. 반면 접속제한은 전력망에 추가 발전설비를 연결할 수 있는 용량이 부족해 신규 사업의 진입이 제한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두 문제는 발생하는 단계는 다르지만 전력망의 수용능력과 운영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국회는 단순히 송전설비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발전설비의 운영 방식과 저장장치 활용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요구했다.
한국전력공사에 대해서는 전기설비 이용계약을 체결한 이후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전력망 용량을 회수하고 재분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발전사업자가 장래의 계통 이용을 위해 접속권을 확보했더라도 사업 추진이 장기간 지연되면 해당 용량을 다른 사업자가 이용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국회는 미사용 접속권 문제와 함께 송·배전망 확충 과정의 주민 수용성도 개선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시행에 맞춰 주민 보상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력 생산지역과 송전선로 주변지역이 사업의 혜택을 공유할 수 있는 지역 상생 모델을 마련하도록 했다. 송전망 입지 선정 과정에서는 주민의 건강과 안전, 지역 간 형평성을 고려하고 실질적인 소통을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이는 전력망을 건설할 때 필요한 기술적·경제적 검토뿐 아니라 설비가 설치되는 지역의 생활환경과 주민 참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국회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을 산정할 때 발전설비 자체의 발전비용 외에도 전력계통 통합비용과 예비력, ESS 및 계통안정화 설비에 필요한 비용을 포함하도록 요구했다. 전력망 확충과 계통 운영제도 개편이 모두 비용을 수반하는 만큼, 재생에너지 보급에 필요한 전체 시스템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송전탑 최대 2,214기 감축 추진…지중화와 주민 소득 연계사업 확대
정부가 지난 9월 15일 발표한 송전망 건설 수용성 제고방안은 신규 송전설비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산업시설의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보급도 확대되는 상황에서 신규 송전망 건설은 계속 필요하지만, 노선 선정과 주민 협의, 인허가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설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 갈등도 중요한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정부는 국가기간 송전망 사업에서 기존 송전선로와 신설 송전선로를 통합하거나 별도로 계획된 신규 선로를 하나의 철탑에 함께 설치하는 방식을 추진하기로 했다. 선로 통합을 최대한 적용하면 개별 건설계획과 비교해 신설 철탑을 약 40%, 최대 2,214기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앞으로 새로운 송전선로를 건설할 때 기존 선로와 통합할 수 있는지 우선 검토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송전탑 수를 줄이는 것과 함께 주거 밀집지역의 송전선로 지중화도 확대한다. 지중화는 지상에 설치할 송전선로를 지하에 매설하는 방식으로, 지상 철탑과 전선으로 인한 경관 변화와 생활환경 영향을 줄이는 데 활용된다. 정부는 전남 장성군 주민 밀집지역과 대전 유성구, 군산·청양, 세종·청주 등을 우선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으며, 여러 송전선로가 집중되는 신규 345킬로볼트(kV) 변전소의 인출 구간도 약 2km 범위에서 지중화를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철탑 수의 감소가 전체 송전망 건설비의 동일한 비율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송전선로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설비 규모가 달라질 수 있고, 지중화는 지형과 시공 방식에 따라 별도의 공사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중화 사업에 대한 국가재정 지원 등을 활용할 계획이지만, 9월 정책 발표 당시 송전선로 통합에 따른 구체적인 비용 절감액은 산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건설 방식의 변경과 주민지원 확대에 따른 비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주민지원 정책에서는 송전망 주변지역에 태양광 발전사업을 조성하고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계통햇빛소득마을' 사업이 추진된다. 정부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에 따른 경과지역 지방정부 지원금 1km당 20억 원을 활용하고, 해당 지원금의 3분의 2를 주변지역 마을 태양광 설치에 우선 활용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참여 여건에 따라 세대당 연간 최대 300만 원 수준의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이는 사업 추진에 따른 예상 소득으로 실제 지급 실적과는 구분된다.
주민이 송전망 입지 선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절차도 확대한다. 정부는 입지 선정 초기부터 주민 설명회 개최를 의무화하고, 입지선정위원회 운영 과정의 설명회 횟수를 기존 두 차례에서 세 차례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민의 회의 참관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후보 경과대역을 두 개 이상 마련해 주민대표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송전설비 주변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입지 결정 과정의 주민 참여를 함께 강화하는 방식이다.
유연접속과 에너지저장장치 활용…기존 전력망 수용능력 확대
송전선로 통합과 주민지원 확대가 신규 전력망 건설 과정의 문제를 다루는 대책이라면, 9월 29일 발표된 전력망 혁신대책은 기존 전력망을 활용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빠르게 확대되는 지역에서는 전기를 생산할 시설이 갖춰져도 송전망의 여유용량이 부족해 계통 연결이 지연될 수 있다. 새로운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데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는 기존 설비의 운영 방식을 개선해 추가 발전설비를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제도가 유연접속이다. 기존에는 발전설비의 정격용량을 중심으로 전력망의 접속 가능 여부를 검토했지만, 유연접속은 전력망에 여유가 있는 시간에는 발전전력을 받아들이고 수용 한도를 초과하는 시간에는 발전 출력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추가 접속을 허용한다. 태양광은 일조량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고 하루 종일 최대 출력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특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계통 혼잡이 발생하는 시간에는 출력제어가 적용될 수 있어 실제 전력 판매량은 발전설비의 접속 조건과 전력망 운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는 유연접속을 통해 배전선로의 태양광 접속용량을 14메가와트(MW)에서 16MW로, 변전소의 접속용량을 50MW에서 60MW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적용하면 별도의 송·배전망 신규 건설 없이 호남권에서 태양광 2.6기가와트(GW)의 추가 수용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기존 전력망의 이용 조건을 조정해 발전사업자의 계통 연결 기회를 늘리는 조치다.
ESS도 기존 전력망의 수용능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태양광 발전량이 집중되는 낮 시간대에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력망에 여유가 있는 시간에 공급하면 특정 시간대의 계통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배전망 ESS를 활용해 태양광 3GW, 변전소 ESS를 통해 1.6GW의 추가 접속용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발전사업자가 허용된 접속용량보다 큰 발전설비를 설치하더라도 ESS 등을 활용해 실제 송전량을 허용 범위 안에서 관리하는 '자율접속 제도'도 추진한다. 2026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7년부터 본격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유연접속과 ESS 활용은 신규 송전망 건설을 모두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전력망의 활용도를 높여 추가 설비를 수용하도록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구분된다.
미사용 접속권 회수·재분배 추진…호남권 계통 접속 절차 개편
기존 전력망의 수용능력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이미 배정된 접속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정책도 추진된다. 국회가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에 개선을 요구했던 미사용 전력망 용량의 회수·재분배 문제가 올해 정부의 전력망 혁신대책에 포함된 것이다.
정부가 9월 발표한 대책에 따르면 실제 사업 추진 가능성이 낮은 발전사업을 점검해 약 9GW 규모의 계통 접속권을 회수했다. 발전사업자가 접속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사업을 장기간 진행하지 않으면 전력망의 실제 이용량과 계약상 배정된 용량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용량을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장기간 지연된 사업의 접속 예정 시점을 실제 이용 시기에 맞춰 조정할 계획이다.
호남권에서는 사업 추진이 지연된 해상풍력 등의 접속 시기를 조정해 2030년까지 10GW 이상의 접속권을 추가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접속권 배분 방식도 바뀐다. 기존에는 발전사업 초기 단계에서 선착순으로 접속권을 확보하는 방식이 적용됐지만, 정부는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개편에 따른 경쟁입찰과 연계해 낙찰사업에 접속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목표 적용 시점은 2027년 1월이다.
신규 발전설비의 접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용배전망 보강비용의 부담 방식도 개선한다. 기존에는 먼저 접속하는 발전사업자가 보강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였지만, 정부는 한전이 우선 투자한 뒤 해당 설비를 이용하는 발전사업자들이 이용용량에 따라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전력망의 수용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투자비를 이용자 사이에 배분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호남권에서는 10월 1일부터 계통관리변전소 지정을 해제하고 기존 접속 대기 사업자의 조기 접속 신청을 지원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계통관리변전소는 주변 전력망의 수용능력 제약 등으로 신규 발전설비의 접속을 관리하는 변전소다. 호남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집중된 반면 생산한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전달할 송전망의 제약으로 일부 발전사업의 접속이 지연돼 왔다. 정부는 기존 대기 사업자의 조기 접속을 우선 지원하고 신규 사업자에 대해서는 2027년 1월부터 개편된 제도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를 반영해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재생에너지 수용능력은 송전망 기준 119GW에서 171GW, 배전망 기준 84GW에서 110GW로 확대되는 규모다. 특히 호남권에서는 송전망 수용능력을 37GW에서 64GW로, 배전망 수용능력을 18GW에서 30GW로 확대하는 목표가 제시됐다. 이 수치는 제도 개편과 설비 확충을 통해 확보할 계획상의 수용능력으로, 실제 발전설비가 연결을 완료한 용량과는 다르다.
송전망 건설과 운영제도 병행 개편…투자비·지역 상생·접속 실적 구분
2025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서 제기된 전력망 관련 요구는 올해 정부의 대책에서 송전망 건설 방식과 기존 설비의 운영제도 개편으로 구체화됐다. 송전탑 감축과 지중화, 주민지원 확대는 새로운 송전설비를 건설하는 과정에 적용되는 정책이다. 반면 유연접속과 ESS 활용, 미사용 접속권 회수는 기존 전력망의 이용 방식을 조정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추가로 수용하려는 조치다.
두 정책은 전력망 수용능력의 확보라는 목적을 공유하지만 필요한 투자와 실제 효과를 확인하는 지표는 다르다. 신규 송전망 건설에는 노선 선정과 주민 협의, 토지 확보, 설비 공사가 필요하며 지중화 확대에 따라 공사비도 달라진다. 기존 전력망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유연접속과 ESS 활용에는 출력제어 조건의 설정과 저장장치 설치·운영, 계통 안정성 관리 등이 수반된다. 국회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체 시스템 비용을 정확하게 산정하도록 요구한 배경도 이와 관련된다.
송전망 주변 주민에게는 입지 선정 과정의 참여와 보상·지원 방식이 중요한 문제이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는 계통 접속 가능 여부와 출력제어 조건, 망 보강비 분담 방식이 사업 추진에 영향을 준다. 대규모 전력 수요기업은 송전선로와 변전설비가 필요한 시기에 구축돼야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전력망 정책이 설비 건설과 지역 상생, 발전사업자의 계통 이용 조건을 함께 다루는 이유다.
정부가 9월 발표한 대책 가운데 약 9GW의 미사용 접속권 회수는 이미 실시했다고 밝힌 조치이며, 신설 송전탑 최대 2,214기 감축과 2030년 재생에너지 수용능력 확대는 향후 추진할 계획과 목표에 해당한다. 국회가 지난해 요구한 전력망 확충과 계통 운영 개선이 올해 정부 대책에 반영된 가운데, 실제 사업 추진 규모는 송전망 준공과 지중화 실적, 주민지원 사업의 집행, 발전설비의 계통 접속 완료 현황에 따라 구체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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